넘어간 책장에서 뽑혔어야 할 지식은 그저 눈에 맴돌뿐, 머릿속에 기억되기에는 아직 이른 듯한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
시험 보는 과목이야 세 과목으로 준수한 편이다만, 이래서야 시험 보기 전에 공부를 다 하고 들어갈 수 있을까 굉장히 걱정이 되는 대목이다.
이렇게 살면 누가 알아줄까?
내가 보상받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내가 이렇도록 허비한 청춘은, 내가 물질적인 성공을 거두지 않으면 보상받을 수 없는 것인가 싶다.
그래서 한 때는 소설을 썼다. 내 인생에 관한 청사진을 그렸는데 완전 소설인거다. 주인공이 초인이 되는 소설, 두 학기에 50학점 가까이를 듣고 한 학기를 휴학해버리는거다 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그럴만한 능력이 없다는걸 깨닫고 나서는 다시 시궁창으로 골인. 누군가 나한테 말한 마냥 난 아직도 허세가 남아있지만, 1년 전에 내 허세는 가히 내 인생 최고조였던 것 같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참.
근데 휴학하면 뭐하냐고? 사실 오늘 불쌍한 신문사 후배를 붙들고 신세한탄스럽게 내 작은 바람을 이야기하고 오는 길이다.
인디씬의 젖줄과도 같은 곳인 홍대 주변의 지하 단칸방을 구한다. 거기엔 내 돈으로 산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드럼이 들어간다. 방음시설을 갖추고, 한편엔 책을 집어 넣는다. 낮에는 책도 읽고, 학원도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다가, 밤에는 모든걸 때려치고 음악을 하는거다. 클럽에 가서 밴드 공연을 보고, 악보를 머릿속에 그려 따온 다음 집에 들어와서는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드럼을 치든 바이올린을 키든 내 맘대로. 내가 하고 싶은걸 그렇게 반년동안만 하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난 참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텐데..
개인적으로 우리 학교의 문화수준은 다른 어느 대학보다 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뭔가 예술적인 자극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체계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생산되는 예술적인 감흥으로는 부족하다.
계절학기를 한예종에서 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아, 이것도 꿈이다.
나 같이 예술을 좋아하면서 못하는 사람은 참 불행한 듯 하다.
Posted by 유리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