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온날의 감상

첫눈이 내렸다. 나와는 별 상관 없다.
눈을 맞을일도, 즐길일도 없거니와 치울일은 더더구나 없을것이다.
따라서 이제 나에게 눈이 주는 감흥이 있을까 싶다,

시각과 촉각정도를 자극할까,
무언가 흩날리는 것들이 눈 앞에 널려있다,
무언가 차가운 것들이 피부에 닿아 녹는다.

아, 오늘 눈은 지독히 차가왔다.

가을이 등을 돌렸을 때의 쌀쌀함, 떨굴 낙엽조차 없는 가지의 앙상함, 빛바랜 낙엽의 쓸쓸함과 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을 떠올렸으나, 현실과는 상관없는 잠깐의 일탈이었을 뿐, 나는 이것들을 모두 뭉뚱그려 감흥이라고 하고 싶지가 않다.

겨울은 포근해야한다.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내 주위를 빼곡히 메우는 열이 존재하지 않음을 느끼고 옷을 껴입을때, 지난 계절에는 따뜻함이 있었지 라며 느끼는 포근함이 있어야 한다. 겨울의 서정적이며 세련된 모노톤은 여름과 가을의 다채로움이 있기에 눈에 띄는 심플함일 뿐이다.

세상에는 다른 반 쪽이 없다면 존재의미가 없어지거나
가치의 분명한 하향을 보이는 것들이 존재한다.

나의 감흥이라는 것은 動일테니 평소의 靜이 있어야 존재하는 것, 따라서 항상 감정이 뒤숭숭한 오늘의 감흥은 감흥이라고 할 수 없다. 나는 언제부터 고요한 나를 잊었는가. 언제부터 포근함이 내게서 사라졌고 언제부터 세상이 잿빛이 되었는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찬 바람이 향긋하다

눈은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구나.
하지만 눈이 하늘을 만난 적이 있었을까
만남이 있었어야 이별이다.
그런고로 생전 한 번도 이별을 겪어보지 않은 나는
지독한 행운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새벽이다.

....................

신경써봐야 나만 고생이라는걸 거듭 깨닫는다.

그래, 내가 덜된 인간이다. 내가 덜된 인간이라서
A라는 행동을 할때 감정 노동이 보통사람의 서너배가 된다.
그리고 태도 또한 그만큼 사려깊으려고 애쓰는데 그게 느껴지지 않았던 어쨌던..

이게 무슨 병신짓이고 삽질인가?
난 더 이상의 힘을 들여서 인간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으며,
만약에 나에게만 중요하고 대상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인간관계라면 알아차렸을 당시에 끊어야 하는 것이다.

더 이상 문자 한 통에 몇십분씩 할애하기 싫고 밤에 잠 못드는 일도 질렸다. 인간관계 하나의 삭제로 내 정상적인 삶을 되찾을 수는 없겠지만, 얼마만큼 가까워는 지겠지.

하지만 웃긴다. 9월의 유리달은 과연 이걸 모르고 전화기를 덥썩 받아든걸까.


 

Posted by 유리달

2008/11/19 01:36 2008/11/19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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