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어제는 울, 오늘은 조. 밤이 되고 달이 뜨고, 음악이 있는 나는 들뜨게 된다. 별이 빛나면서 한 번씩 실로폰 소리가 귀에 맺힌다.

내가 일전에 한 선배한테, 전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 같아요 라고 말했을 때, 그건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 선배는 받아들이지 않았지. 난 정말 나사 하나가, 어디 중심부에서 맴돌고 있는걸.

루저, 지금 이 순간 난 한없이 밑으로 추락하고 있는 루저다. 하지만 이 기분이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절망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었나, 한치 앞에 어둠이 놓여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이렇게도 멋진 일이었던가, 새삼 떠올린다. 음악 때문인 것 같다.

사실 난 오늘 하루종일 루저의 음악을 찾고 있었다. 너바나의 리튬도 그 중 하나였고, Say it ain't so 도 그 중 하나였고, 다들 잘 아는 자우림의 낙화는 루저 이상의 감정을 담고 있지만 그 중 하나였고, 오늘은 그저 그렇게 보내고 싶었다. 그러다가 많은 루저들을 밑에 깔아두는 영화인 매트릭스 전 시리즈를 쭉 봤다. 신기하게도 내 손목 밑에는 줄곧 선형 대수학 개론 책이 펼쳐져 있었고, 그것들은 매트릭스를 이야기하고 있었으니 이는 우연의 일치일까.

결론은 또 비슷한 소스에서 음악을 찾게 되었다. 폐쇄된 공간과 좁은 정보통에서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음악을 접하는 인간은 많지 않다. 아마 내가 떠올린 사람이나 지금 날 아는 사람이 이 글을 보고 내 인맥을 유추해서 떠올리는 사람이나 그리 다르지 않겠지.

그게 나다, 당신이다. 갇혀있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매트릭스의 양분이다. 발버둥을 친다고 해도 운수가 좋으면 대접을 조금 더 잘 받는 부품, 그리고 부품, 그리고 톱니바퀴는 삐그덩 하고 굴러간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같은 인간을 루저라고 부른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다가, 지금 내가 듣고 있는 음악에 대한 평론을 접할 수 있었다. "추악한 꼰대의 냉소가 아닌 처연한 아웃사이더의 한숨이 사늘하게 허파와 성대를 거친다. 구원을 믿지 않는, 그래서 분노도 체념도 필요없는 사람의 숨결"

내가 지금 이 순간, 또 다시 끝없는 절망을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고 해도 나는 한 점 슬픔, 분노가 더해짐을 느낄 수 없다. 이미 무뎌진 심장에, 부서진 이성에 또 다른 압력이 가해진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인가, 겉으로는 최대한 상황에 맞는 대응을 하지만, 속은 이미 텅 비어 있다.

이 상태도 그리 나쁘지 않다. 나는 그냥 루저인채로, 묵묵히 나의 패배자가 되면 된다. 그렇게 인생을 살면 된다. 루저라고 해서 내 알맹이가 바뀌는 건 아니니까, 내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그리고 남들이 나를 바라봄에 있어서는 하등의 차이가 없으리라. 내가 몇 안되는 가진 것은 절대로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가졌다가 없어졌거나 가질 수 없던 것들은 어차피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답고, 그리게 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것을 잃은 루저의 미학일까.

그리고 이런 음악과 함께, 이런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당분간 자위할 핑곗거리도 생겼다. 적어도 외롭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나같은 괴짜가 혼자 뚝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있고 이런 음악을 듣는 사람도 있고. 난 그렇게까지 혼자는 아니다.

다만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 저 마른 소리가 성대를 울리고 구강 밖으로 토해질 때, 루저를 향해 노래하는 저 패배자가 느끼는 성취감, 해방감, 그리고 자신이 부른 노래를 다시 들으며 느끼는 위로감은 분명 본인 만이 느낄 수 있으리라.

이 상태로 루저가 되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까 말했듯. 이렇게 푹 가라앉아있는 것도 풍류다. 운치 있고 좋다. 나긋나긋하다, 겨울날 아침 잔잔하게 부서져들어오는, 나뭇가지 위에 걸린 해처럼. 비록 직접 쳐다보지 않은지는 조금 오래 됐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던건 달과 별, 해는 너무 눈이 부셨으니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는 계속 밑을 향해서 달리고 있기 때문에 이 순간 순간이 내 인생의 저점임이 너무 확실하다. 이걸 종국에는 딛고 일어선다면, 내 패배감과 상실감이 짙으면 짙을 수록, 모든 일의 끝에 날 찾아올 해피엔딩이 행여나 존재한다면, 그 끝은 눈으로는 마주볼 수 없을 만큼 밝을 테니까.


늦은 밤, 왜 당신은 잠들지 못하는거지?
아직 당신은 내가 누군지조차 모르니까,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난 답할 준비가 되어있어.

첫 발자국을 떼는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 될거야.
이건 예언이야. 별 문제 없이 맞아 떨어지게 될거야.

Posted by 유리달

2009/01/05 23:51 2009/01/0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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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아홉의 끝을 마주하며

열 아홉의 끝자락





여명관..

새벽 3시에 문따고 나와서

커피한캔 따서 운동장에서 누워본사람


나 말고 또 있을까


난 전설로 남는다

                                                               - 싸이월드 07년도 2월 게시물 中



자신만만했던 1년 10개월 전 내 모습

내가 전설인양 떵떵거리던 허세넘치는 기백

멋부릴줄은 꿈에도 몰랐던 그 시절

낭만이 전부인줄 알았던 꿈 많은 소년


힘들었던 모든 날들은

그저 시간이 아름답게 채색해준 지금.

내 어제는 그토록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제 스물. 나는 지금 어디에 와있나

Posted by 유리달

2008/11/29 16:23 2008/11/2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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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야속하다.
이 추운 겨울에 난 또 혼자구나.

혼자구나 궁상떠는 것도 질렸다지만 어쩌랴, 겨울을 같이 날 사람을 찾기 전까지는 혼자일 수밖에 없고 혼자라면 궁상떨 수 밖에 없느니라.

그런대로 1년 동안 악기든 학업이든 신경쓸게 한 두 개가 아니라 잘 참고 지내왔던 것 같은데, 추운 날들이 다가오니 뼈가 시리는건 어찌 막을 길이 없다.

맘 같아서는 그냥 여기저기 소개팅 구하고 다니든지 작위적으로 연애하고싶다.



하지만 어쩌랴,
내게는 과분할지 모르지만, 아직도 사랑을 꿈꾼다.

Posted by 유리달

2008/11/15 01:21 2008/11/15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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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는게 좋을까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드는 요즘이다. 내가 글을 풀어내는데 소질이 없잖아 있다는 교수님한테 칭찬같은 구절을 몇 마디 줏어 들은 탓이다.

내 글의 원동력은 일정기간 이상의 사색이다. 사색을 통해 글의 구조가 잡히고 내용이 생기고 적절한 배열과 맛깔나는 수사로 글이 탄생한다. 말하자면, 특정한 주제가 떠오른 순간부터 내 머릿속에서는 그 내용들이 자알 숙성되어 나가는 것이다. 바꿔 말해서 사색이 적으면 적을 수록, 지금 적는 글과 같이 독자에게 그다지 감흥을 주지 못하거나, 내가 봐도 뭔가 글이 이상하거나. 그렇다.

어쨌든 핑계를 대자면, 24학점짜리 삶을 사느라 바빠서 그런지, 사색을 할 겨를이 없다. 그리고 오래동안 사색으로 안을 넓혀두었으니 다음 단계의 보다 고차원적인 사색을 위해 일단 책을 읽어야 할 터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으니, 내가 쓰고 싶은 글에 맞춰서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라?

이걸 밝히는 것 자체가 위험한 생각일지 모르겠다.

내 글을 접하는 모든 사람이 주인공에 몰입하게 할 수 있는 소재. 뼛속 깊이 사무치는 슬픔을 느끼고, 죽고 싶으나 살 수 밖에 없는 처지를 원망하며 결국은 살아간다는 비극적인 해피엔딩. 정말 주인공이었으면 죽고 싶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글을 쓰고 싶다. 소재는 이왕이면 '본질적인 고독' 혹은 '애정 결핍'.

그러니까,

읽으면 슬퍼서 눈물이 나고, 가슴이 미칠것 같이 뛰는 격동적인 슬픔 보다는,
심장이 밀도 높은 고독에 잠겨서 한동안 멍하게 뛰지 않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그러니까 뭐랄까, 핵폭탄이 터지고, 핵폭풍이 멎고 뿌연 안개가 마침내 걷혔을 때, 내 눈에 보일 세상의 느낌? 그 정도면 내 인생, 아니 문학사에 획이 긋기겠구만.


흠,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더 다듬어진 글을 짜임새있게, 호소력있게 쓸 수 있을까.

오늘 수업시간에 전봉관 교수님이 말씀하신 구절이 남는다.

"글쟁이의 매력은, 내가 글을 써놓으면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간다는 겁니다. 내 이름으로 된 글 하나가 세상에 영원히 남아있게 되는 거죠."

내 이름으로 된 글을 남기려면, 내 글을 읽지 않은 그 누구보다 나의 글에 대해서 만큼은 우수해야 한다고 하셨다. 맞는 말인 것 같다. 글에 대한 배타적인 소유권을 주장하기엔 아직 내 붓이 너무 짧구나.


일단 책 리스트를 수소문 해보아야겠다.
근데 모르겠다. 내 빈약한 지식수준에는 뭐든지 빨아들이는게 정석일텐데...

Posted by 유리달

2008/10/17 03:07 2008/10/1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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