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집에 와있습니다.
집이라곤 하지만, 작년 이맘때 쯤 이사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다 합쳐봐야 한 달 이상을 지내지 않았던, 그런 낯선 공간이다.

모든게 낯설다.
동생방의 컴퓨터도, 내 방의 옷장도,
간만에 뵙는 부모님도, 아직 방학을 맞지 않은
정말 오랫만에 만난 동생도.

그런데 또 이사를 한단다.
몇 년 전까지 살던 둔산동으로.

둥지 아파트면 내가 다녔던 중학교 근처다.
평수가 지금보다는 훨씬 좁겠지.

난 어느 한 곳에 정착하기 힘든 운명인가 보다.
어디론가 떠돌아다녀야 하고, 그게 익숙하다. 다만 편하지는 않은데
주위 환경이 너무 날 내몬다는 피해의식이 생겨버렸다.
나도 느슨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한다.

오늘은 그래서 하루종일 잤다. 내 미래에 대해서 이것저것 생각하기 귀찮았던 탓이다. 당장 일주일 뒤에 내 거취가 상당히 불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점심에는 짜장면을 시켜먹는 것으로 끼니를 때웠다.

새벽 여섯시 언저리인 지금, 곧 있으면 고등학생인 동생은 일어나서 아침을 먹을 것이다. 이 아이 방에 컴퓨터가 있기 때문에 난 내심 녀석의 잠을 방해하는 것이 미안하고, 오빠로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치를 떤다.
아니 과연 내가 누구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집에선 그저 돈들어가는 천덕꾸러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테다. 가족의 사랑을 듬뿍듬뿍 받고 자랐는지 어쨌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그 답례로 내가 뱉어내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수업료 청구 고지서와 기숙사비 고지서, 그리고 학원비 고지서 정도인 것 같다.


당초 시험이 끝나면 유재하 포스팅을 마무리하고, 라흐마니노프 포스팅을 해보려고 했다. 혹은 미스터 빅이나 메탈리카 같은 밴드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생각했다. 혹은 템페스트나 비창을 손가락으로 제대로 읊어보리라, 쇼팽 에튀드 한곡을 잡아서 죽어라고 연습해보리라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그런 소소한 바람들은 물리화학 시험이 끝나던 어느 화창한 아침, 작열하는 태양에 의해 첫 눈 녹듯, 그렇게 아름답게 사라졌다.

여행을 할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물리적인 수준의 금전이 없다.
그래서 난 이번 방학때 책을 붙들고 있기로 결심했다.


올해 한 해도 난 철저히 혼자였다. 그리고 내년에도 다르지 않으리라.
그리고 언젠간 익숙해지겠지. 무섭지만 그게 현실.


내 동생녀석도 지딴엔 여자라고 체중관리란걸 하고 싶어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오빠 주제에 매섭게도 공부나 해라고 빈정댔다. 왜냐면 이녀석은 끼니때는 안먹는다고 재잘대다 결국 이것저것 군것질거리에 손을 대고 말기 때문이다.

어제 일어나보니까 한 일곱시쯤에 학교를 나가던 것 같은 동생님. 내가 이녀석만큼 힘들지도 않을텐데 징징대고 있는 것 같아서 많이 미안했다. 내가 할 수 있는게 뭔지 생각해보다가, 아침에 먹일만한 토스트를 굽기로 생각했다.

이따 녀석이 일어나면 오빠표특제후라이상추마요네즈참치샌드위치를 바삭하고 달콤하게 만들어줘야지.

설마 먹고 죽지는 않겠지. 암..

Posted by 유리달

2008/12/23 05:51 2008/12/23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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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바라본 달



부서질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보름달을 보았다.
내가 그림이라도 잘 그렸으면, 사진이라도 잘 찍었으면 싶다.

내가 유리달이라고 칭하는 그 달이 지금 하늘에 걸려있다.


달아 노피곰 도다샤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꼬였길래
달을 보면서 마시는 한 잔 커피마저 사치라고 생각을 했는지
커피가 썼다, 기분은
역겨웠다,  그저 역겨웠을 뿐이다.

낭만이 사라진 나의 오후는 줄곧 프린트와 함께였다
나의 낭만을 돌려받을 수 있는 곳을 알려줘, 있다면 말이야

Posted by 유리달

2008/12/12 00:14 2008/12/1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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